일어나세요! 일어나! 이얍!

악, 으악, 악, 악, 아파. 악.

승모근, 승모근이 풀린다. 풀렸는데, 뭐가 더 풀리는 것 같았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몇 년 전의 일도 같이 풀렸다. 안마를 받고 있다. 너무 아팠다. 온 몸이 너무나 아팠다.

선생님은 나의 온 몸을 만지면서 나에게 울화통이 있다고 했다. 아이고, 우리 딸이, 울화통이 있구나. 울화통은 어떻게 생겼을까? 울화통이 어디쯤 달려 있을까? 직접 찾아보았다. 울화통은 갑상선이고 갑상선이 약하면 소화기능이 약해진다. 난 그렇게 결론 지었다. 부모님은 울었고 동생 둘은 또 시작이네, 하면서, 나를 두고 바깥으로 나갔다. 나는 다행히도 동생 둘이 나가고 난 이후부터 울었다. 안마를 받지도 않았는데. 하필 그 시점에, 왜 울었을까? 나는 그 이유를 모른다. 게다가, 지금 알고 싶지도 않다.

부모님 말로는, 도가 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런 식이다:

글쎄, 그 선생님이 한의대 다닐 적에, 자기 한의대 교수 둘을 붙잡고 질문을 했대. 자기 체질이 뭐냐고. 그랬더니 한 두 사람은 자기 사상체질이 소음인이고, 세 사람은 소양인이라 그랬대. 그래서 이 대학에서 배울 것이 없겠구나 생각하고 자퇴한 뒤에, 절에 들어가서 용하다는 스님 한 분을 찾았는데, 글쎄, 자기가 그 비법을 물어봤대. 스님은 말했지. 나는 보입니다. 아니, 뭐가요? 사람들의 막힌 곳이 보입니다. 기도를 하면 부처님이 알려 주십니다. 그렇게 2년간 수련을 했고 정말로 사람들을 다 고치나봐. 글쎄, 옆집 할아버지 알지, 그 할아버지가 멀쩡하게 그냥 걸어나오더라니까. 헛소리 아니야. 막 기가 보인다는 이야기 말고? 그래. 뼈를 말이야, 한번 빼고 나면, 다시 돌아온대. 자연스럽게. 그 사람 철학이래.

유능한 의사건 아니건 그것은 둘째 치고, 동생 둘과 나는 그 안마시술소로 끌려가는 동안 그 도 뭐시깽이에 대해서 이야기했고 보통 화를 냈다. 나는 아빠가 무협지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 환상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농담은 농담이고. 보통 피해자는 우리 세명이였다. 그럼 가해자는? 글쎄. 선생님일까? 부모님일까? 그보다 부처님일까... 아니면 네 시간 앉아 있으면 이리 저리 뒤틀리는 약하디 약한 인간의 신체 구조일까? 우리는 잊을만 할때마다 불려져서 돈 주고 뼈를 발골 당하고 있었다.

내 뼈는 우드득 소리를 내며 ‘바로잡히고’ 있었고 나는 펑펑 울면서 잘못했다고 빌었다. 누구에게?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그건 나와 부처님 빼고는 아무도 모른다. 이제는 부처님만 안다. 어째서인지 부모님도 나와 함께 울었고 선생님은 있는 힘껏 내 몸을 빼 가며 땀을 흘린다. 내 몸이 이상한 종교 의식에 바쳐지는 성물 같았다. 잘 발려진 생선이 되어.

다행히 안마에는 어떠한 부작용도 없었고 실제로 몸이 가벼워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안마와는 별개로, ‘선생님’의 마케팅 방법은 도저히 진지하게 믿고 싶지 않았다. 온 몸에 도가 흐르지만, 어딘가 막혀서, 발골당해야 하는 사람들. ‘도가 막힌 사람들’, ‘도가 통하는 사람들’. 도가 통하면 구원을 받으리라. 그래서 정말 9원 입금해 주나요. 아뇨, 9원보다는 더 내셔야 합니다. 이건 자선 사업이 아니거든요.

놀랍게도 ‘도가 통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있었다. 간판도 없는 단칸방의 안마시술소를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의 직업 1순위는, 우습게도 정형외과 의사들이였다. 도는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 집단 사이에서 흐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과로로 인해 피곤했으며, 자신의 능력을 수시로 의심하는 사람들이였다. ‘선생님’은 의사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고, 좋은 말을 해주었으며, 모두 선생님에게 반해서 단골 손님이 되었다. 그렇게 단골 손님이 된 의사들은 낮에는 사람들 척추에 철심을 박고 밤에는 자기 척추 안마를 받으러 가는, 좀 웃기는 사람이 되었다. 정리하자면 선생님은 물리 치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 치료도 도맡고 있었다. 모두 아는 사람이였고, 할 일이 심각하게 많은 편이거나 아니면 심각하게 없는 편이였고, 이 곳은 ‘도가 통하는 사람들’만의 사교의 장이였다.

이걸 내가 어떻게 아냐고? 안마하시는 선생님은 나를 유독 좋아하셨고 집에 가는 차에 올랐을 때도 두 세번씩 전화를 걸었다.

글쎄, 많이 힘들고 피곤하죠, 괜찮을 거에요. 학생. 예. 찬 거 피하시고. 예예. 오늘 안마는 어땠어요, 예예. 네에. 그래요. 학생 들어가서 쉬세요.

쉬고 싶은데 당신이 계속 전화를 겁니다. 당신이 내 인생에 오기 전까지는 방구석에서 편히 쉬고 있었습니다. 피곤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동생 한 놈은 내 무릎에 머리를 대고 누워서 잠을 자고 있었고 동생 머리는 꽤 묵직했다. 피곤하다. 피곤하다는 생각 말고는 할 수가 없었다.

이게 끝나면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씻지도 말고, 침대 말고 딱딱한 바닥에서 주무셔야 합니다.

적어도 이 말은 지켰다. 그러니까... 뭐... 화 낼 일은 아니다. 악의는 없을지도 모른다. 없나? 몰라. 운이 좋으면 나도 도 뭐시기가 통해서 앞으로 모든 일이 잘 풀리겠지. 음. 그래. 그냥 그렇게 믿기로 했다.

뭔 생각해요? 벌써 15분이나 지났네. 떡볶이 먹으러 가요. 빨리.

아, 어, 응.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