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들어가봐.

어, 어, 수고했고.

어.

...

안녕.

안녕...하세요?

우리 같은 학년 아니였나? 말 놔.

어, 응. 그래.

어... 그러면...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야?

코팅이요.

코팅기 위에 앉아 있잖아.

이거, 오래돼서 앉아 있어야 잘 된대요.

그...으래. 그렇구나.

먼저 간 애들이 학원 가봐야 한대서 저한테 맡기고 갔어요.

그래.

...

...

그거 몇 개나 더 해야 되는 거야?

한 열 장 정도 남았어요.

열 장?

네.

...

저기,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아, 네.

여기 왜 온 거야?

네?

...

그냥 물어보는 거야. 솔직하게 말해봐.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하니까요?

...

그냥 그것 뿐이야?

네에

좋아하는 만화 같은 것도 없고?

음... 네.

보통 하나 둘 있지 않아? 막 말해도 좋으니까. 없어?

네.

아는 건?

없어요.

...

그럼 진짜 뭣 때문에 온 거야? 홍보도 안 하는 이딴 구석진 동아리에.

네?

넌 지금 여기서 혼자 남자인데다가,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알잖아.

우리 동아리가 무슨 동아리고 여기 있는 애들이 어떤 애들인지 알 거 아냐.

잘 모르는데요...

애들이 다 너 부담스럽대. 신청을 했으니 받는 게 의무긴 한데.

아무도 말 안 걸어주고 혼자 있으면 너도 힘들지 않아? 왜 굳이 여기에 있어?

...

큰 문제인가요?

사실 그냥 나가줬으면 하는데.

그냥 조용히 있을게요.

(한숨)

방구석에서 야동이나 쳐 볼것 같이 생긴 새끼가 왜 오냐고.

안 보는데요...

...

그것 뿐이라면 모를까, 너 걔하고 친하지?

누구요?

어차피 한 명밖에 없잖아

아... 네.

왜? 왜 걔랑 어울리고 다녀?

왜라고 물으시면...

너도 걔랑 같은 축이야?

네?

걔 말이야. 거수경례하고 다니는 애.

뭐만 하면 맨날 탱크 가지고 밀어버리겠다고 하고, 발표하는데 큰 소리로 딴죽이나 걸고.

머리에 껌이나 붙이고 내 친구 사물함도 버려버렸지. 뒷산에다가.

저번 주에는 화장실에서 멀쩡히 있는 애들한테 죽여버리겠다고 덤빈 다음에 역으로 얻어맞기나 하고.

...

맨날 허풍이나 떨다가 쪽이나 당하고...

학교에 있는 애들이 다 걔 존나 싫어하잖아. 그냥 유명인이라고, 걘.

그런가요...

어, 너도 꽤 유명하지. 걔랑 맨날 어울려다니니까.

너도 그런 애냐는 거지.

‘그렇다’는게 뭔데요?

이런 젠장, 니가 파시스트 비슷한 거냐는 말이지.

갑자기요...

전쟁 게임 좋아하고, 사람을 다 죽여버려야 된다고 생각하냐는 거지.

걔 생각에 동의해?

아뇨.

...

그럼 대체 왜 어울리고 다니는 거야? 넌 그런 말에 화 안 나?

걔 이야기가 재밌으니까요.

씨발. 그러면 너도 걔랑 같은 놈이라는 거네.

저랑 있을 때는 그런 얘기 안 해요.

뭔 소리를 하는 거야? 너 걔랑 얘기다운 얘기를 해본 적 있다고 하는 거야?

전쟁 게임에 제가 관심 없다고 했거든요. 걔는 말 해주면 들어요.

걔랑 말이 통한다고, 하. 전쟁 게임 이야기나 사람 죽이는거 말고 무슨 이야기 했는데.

정말이에요. 인공 잔디 이야기 했는데.

인공 잔디가 얼마나... 음... 말 그대로 거지발싸개 같은지에 대해서 얘기했어요.

축구 하는 애들이 싫다는 이야기도 했구요.

싫다는 데서 그치진 않았겠지. 응. 그거 있잖아. 죽여버릴 거라고 했지?

...

했어?

그건 어떻게 못 하겠어요.

그리고 넌 그게 재밌다고 느끼고. 그건 그 새끼 생각에 동의하는 거야.

축구 하는 애들을 다 죽여버리고 싶어? 걔들만 보면 막 분노가 치밀어오르고 그러니?

아뇨, 아뇨, 그건 걔가 한 말이에요. 저는...

또 그런다 또. 막 다른 애들 죽여버리고 싶다고 한 다음에 거수경례하는 애하고 어울리고 싶어?

사람이 생각하는 게 완전히 다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 그렇지.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지켜야 할 선이 있잖아. 걔하고 넌 선을 넘었고. 그건 동의라고.

걔는... 걔는 말이죠, 그냥...

걔 언어가 따로 있는 거에요.

아시잖아요, 걔가 어떤지. 실제로 남들을 죽이거나 하지도 못 할 거에요.

하지만 그 씨발놈은...

휴.

물론 네 말마따나 사람 죽이는 일은 허풍이고 못 하는 거지. 근데 하잖아. 좆같은 일을, 실제로.

걔가 했던 모든 일을 그냥 오냐오냐 하고 넘어가자고?

사물함 찾으러 간 그 친구가 얼마나 마음 고생 심하게 한 줄 알아? 난 그렇게 못 해.

난 말야, 쟬 격리시키는 데에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해. 다들 동의 하고.

그리고 거기서 너만 빠져 있는 거지. 찬성 29, 반대 1. 무슨 말도 안되는 변호를 하면서.

그치만...

네가 무슨 영웅이라고 생각해? 무슨 이해자라도 된다고 생각해? 네가 그렇게 착하다고 생각해?

...

착하다구요...

아니, 넌 그 반대야. 넌 그야말로 아무 줏대도 없는 병신이라고. 넌 너 말고 다른 사람 신경이나 쓰긴 해?

너 같은 놈이 있어서 진작에 쫒겨났어야 할 그 새끼가 아직까지 학교에 남아 있는 거잖아.

그리고 네가 쳐 우는 바람에 그 망할 담탱놈이... 무슨, 씨발, 뭐라고 하더라? 사이좋게 지내라고?

...

우네.

...

또 울어. 존나 유명하지. 유명해.

코팅은 내가 할 테니까 그냥 나가. 다신 오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