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도대체 뭐야?

뭔 것 같아요?

왁씨. 눈 가리지 마! 거기 가만히 있어!

옙.

지금 농담하는 것 처럼 보여? 저리 가. 이게 무슨, 무슨 사이비 종교야? 나한테 무슨 심리검사같은 거 했지? 아, 아, 아! 미친. 너 처음 만났을 때 나한테 무슨 심리검사 시켰지. 엠비티아인가 뭐시긴가 가져와서 그 뭐였지 ABCD인가 PPAP인가. 그 뭐냐, 내가 우울해보인다고도 했다. 이런, 미이친. 내가 왜 눈치를 못 깠을까. 내가 바보지. 내가 미쳤지. 미친 미친 미친 미친 미친

선배, 잠깐만 좀.

처음부터 다 계획되어 있었던 거네. 이름이고 뭐고 싹 다 지어내고, 나한테 친한 척 했다는 거 아냐. 아주 소름이 쫙쫙 돋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적 완결성이 아주 뛰어나네, 응? 어디 방송이라도 타면 진짜 재밌겠네 그지?

아니, 그, 저는 본명도 율이고, 별명도 율이에요.

뭐?

장 형한테 별명 짓기 싫다고 했는데, 그래도 꼭 지으라고 하는 거 있죠. 장난 삼아서 본명 그대로 적어서 냈는데요, 그냥 해 줬어요.

뭐야 그게.

장 형은, 규칙에 환장하는 사람이라는 거죠.

규칙? 규칙 같은 것도 있어? 완전 이상한 종교 집단 아냐?

차근차근 하나씩 설명해 드릴게요. 제가 왜 떡볶이 모임에 선배를 끌고 왔는지도 말예요. 근데 일단은 좋지 않나요? 학교에 비밀 기지 하나 있고 거기서 떡볶이 먹을 수 있다는 거?

하아.

그래. 맞아. 떡볶이 주고, 놀고 먹을 수 있는 장소 있는 건 좋지. 그런데 너무 수상하다고. 엄청 수상하다고. 어어엄청 수상하다고. 거기. 꺼림칙하지 않아? 교회에서도 사탕 같은 거 주면서 천국 지옥 이야기 하잖아. 너는 소화전 문짝 뒤에 동굴이 있고, 그 안에 교실 같은 게 있고, 거길 몇몇이 무단 점거하고 있고, 게다가 그 모임에는 몇 가지 규칙들이 있어서 지켜야만 하는... 무슨... 컬트 공포영화 소재 같잖아. 너는 쟤네들이 그 으슥한 공간에서 정확히 왜 모여 있는지 알아? 알면 나한테 이야기를 좀 해 봐. 나는, 그게, 그게 너무 무섭다고.

질문 몇 개만 해도 돼요?

응.

진짜 그런 컬트 비슷한게 현실에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 있어도 안 믿을 거야.

저, 선배하고 반 년동안 같이 알고 지냈는데, 내가 선배한테 무슨 나쁜 일을 할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아니. 적어도 지금은 그렇게 믿고 싶은 걸.

떡볶이 맛있었죠? 완전.

응.

또 떡볶이 먹으러 저랑 같이 가 주실 거죠?

응.

그렇죠! 고마워요!!!

...

미안. 고마워.

에이, 뭘요.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