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안녕
뭐야, 게임 중이야?
엉
그거 더럽게 재미 없지?
맞아 화 날 정도로
근데 이거 안 하면 뭐 못 본다면서
그냥 오토 돌려 놔
오토?
자동 모드. 그거 켜 놓으면 네가 조작 안 해도 알아서 다 해줌
그런 게 있어?
이거?
오
안 되는데
바로 하니까 안 되지 이걸 여기다 한 다음에...
음... 어...
됐다!
좋네!
좋아.
...
이제 다른 거나 하러 가라고.
근데 이거 이렇게 놓고 있어도 되나?
더럽게 재미 없잖아 그럴 바에야 그 시간에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말지
물론 네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웃음)
이것도 네가 뭐 해 놓은거야?
아니 이건 원래 있었어.
원래 있었다고? 이 기능이?
엉
좀 이상한데...
뭐가?
그냥 자동으로 돌려 놓을 수 있으면, 굳이 이걸 우리한테 시키는 이유가 뭐지?
매뉴얼이 있는 시점에서 여기는 세상 끔찍한 것들의 천국이라는 걸 알 텐데.
그렇긴 해도 생각은 해 볼 수 있잖아
음
나도 잠깐 고민해보긴 했는데 그냥 쓰고 말았어
이걸 만든 사람도 이게 재미 없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어 왔었네 안녕
어 안녕
근데 네 말대로라면 굳이 이런 게임을 내 놓을 이유가 없잖아
뭐 슬픈 이유가 아니라면 게임을 빙자한 일 시키는 거겠죠 둘은 동음이의어니까
뭔 소리야
무슨 소리냐뇨?
게임하고 일이 동음이의어라고?
네 둘 다 뭐 시키잖아요
흠
재밌네
근데 일은 보통 더럽게 재미 없잖아
글쎄요 게임도 게임따라 더럽게 재미 없잖아요 이것처럼
그건 그렇네
생산성이 있고 없고의 차이 아닐까?
게임은 뭐 해봐야 세상에 도움 되는 건 하나도 없잖아
글쎄요 게임에 환장한 사람들이 세상에 뭐라도 할 수는 있겠죠
왜, 뭐 트럭 게임을 하다가 진짜로 트럭을 몬다던가...
그렇지 하지만 게임을 하는 그 자체가 뭔가를 하지는 않잖아 간접적인 거라면 몰라도
그러면 역발상으로 뭔가 만들어내는 게임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지금 이 게임이 사실 세계 평화에 기여하고 있다던지
가능한가? 어떻게?
음 상상하기 힘드네요 예를 잘못 든 것 같아요 그러면 이건 어때요
살인 드론의 조그마한 코드 하나를 작성하는 일이라던가
오우 무서운데
아니지
더 단순하게는 30초마다 무작위 광고를 봐야 하고 그걸로 이윤을 내는 게임이라던지?
그건 이해가 되네
근데 이건 광고도 뭣도 안 띄우잖아
그쵸
이 게임 굉장히 구식이기도 하고 말이죠
언제까지나 추측이에요 추측
오냐
어찌되었든 노잼인거 자동으로 돌릴 수 있게 한 건 맘에 듬
난 별로, 찜찜해.
뭐라고
그냥 노잼 게임이 있는 건 이해할 수 있어.
본인이 재미가 없다는 걸 몰랐을 수도 있고. 재미는 주관적이고 상황을 타니까 본인이 하기에는 재밌었을 수도 있지.
이게?
뭐 그렇다 치고
근데 굳이 만들어 놓고 넘어가게 한다?
그건 자기 스스로 이 게임이 재미가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는 거지.
그건 그냥 자각하는 바보라고.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 끔찍한 일이라는 걸 알면 그걸 그냥 안 하면 돼.
바보짓을 하면서 "나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 걸 내 스스로도 알고 있어요!" 라고 말하는 저의에 대해서 생각해보라고.
그게 공포지.
허, 몰라.
있을 법한 이야기긴 하네
그 말대로 추측이네요 이것도
만든 친구를 데려와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 이상 몰라요
그럼 또 원점이라는 거네
그 뭐라 그러냐 그거...
'등반 장비가 산 꼭대기에 있다?'
그쵸 그쵸
그 친구가 바보짓을 하고 있다 한 건 제가 말했던 공유경제 음모론 뭐시기보다는 가볍고 좋은 생각인 것 같아요. 좋네.
이거나 저거나 똑같은 개소리고
넌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임 그냥 오토 돌려
...
동감이에요 그냥 오토 돌려요.
...
근데 말이지
아유 제발 오토 돌려요. 그거 계속 붙잡고 있으면 정신건강에 해로울 거에요.
...
...
미안.
에휴, 또 그런다.